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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05 최박사 나의 과학은 이렇지 않아 8탄 : 실리콘 인공 유방과 깨끄미
  2. 2011/07/05 최박사 깨끄미 사태를 통해 살펴본 살균과학 (3)
오해에서 출발하는 과학에 대한 신뢰도, 과학에 대한 불신도 결국은 내 입장에서는 경계해야할 대상인지라, 지난번 글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왜 최첨단 과학 기술에 기반한 제품을 그 내용의 검증 없이 무조건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편에서 그런 과학 기술의 유해성 검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를 위해 인공 유방 이야기부터 조금 해보자.

실리콘을 이용한 가슴 성형 수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건 1950대의 일이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의 취향(?)에 따라 일본 성매매 여성들이 가슴에 실리콘이나 액체 파라핀을 주입하기 시작한 것이 가슴 성형 수술의 시초다. 1960년대 들어서는 오늘날 같은 실리콘 인공 유방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1976년에 미국 식약청인 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 의약품에 대한 조사 권한이 주어졌는데, 실리콘 인공 유방의 경우 10년 이상 큰 문제 없이 사용돼 왔기에 FDA는 추가 조사 없이 안전성 허가를 내줬다.

그런 후 얼마지 않아 일본에서 류마티즘성 관절염, 섬유조직염, 낭창 등의 결합조직병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여성들이 몇몇 있었는데, 이들이 몇년전에 가슴 확대 수술을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사들은 가슴에 주입한 실리콘과 결합조직병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을 한다. 1982년에는 호주에서 3명의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여성이 결합조직병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가 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가슴에 삽입한 실리콘이 결합조직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한 여성은 인공 유방을 제조하는 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이를 언론이 집중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한다.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사람들 중 결합조직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 두가지 요소—가슴 확대 수술과 결합조직병—를 모두 안고 있는 사람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1990년에는 CBS의 코니 청과의 만남(Face to Face with Connie Chung)이란 프로그램에 여러 여성들이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이 지난 세월간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게 실리콘 인공 유방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프로그램 진행자인 청은 이들의 이야기에 동조하면서 이 문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리콘 인공 유방 (사진출처 : http://www.usatoday.com/news/health/2007-01-06-implants_x.htm)


FDA는 꼼꼼한 조사없이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하여 인공 유방처럼 위험한 물질에 대해 안전성 허가를 내려줬다며 뭇매를 맞았고, 다우 코닝과 같은 인공 유방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결합조직병에 대한 제대로된 역학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실리콘이 실제로 이런 질병들을 야기한다는 증거는 없었다. 다만 FDA는 실리콘이 건강에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실리콘이 건강에 나쁘지 않다는 증거가 아직까지는 없다는 이유로 1992년 4월 가슴 확대 수술에 실리콘 사용하는 것을 일시 중지시켰으나, 사람들은 이 미묘한 차이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FDA의 이런 결정이 실리콘의 유해성을 증명한다며 소송이 봇물터지듯 이어졌다. 다우 코닝은 이런 소송 합의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 결국 파산 신청을 한다.

1997년부터 국가 기관에서 가슴 확대 수술이 건강상에 위협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속속들이 발표하면서 실리콘 인공 유방은 다시 FDA의 승인을 얻고, 아직까지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번의 히스테리로 인해 다우 코닝 같은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1980-90년대 있었던 이 한바탕 소동은 이번 깨끄미 오존 세척기 사태와도 닮은 부분이 있다. 일부 깨끄미 사용자의 호흡기 질환 발생이 일차적 의심을 발생시키고, 그 이후에는 의심이 의심을 증폭시킨다. 정확한 역학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깨끄미의 오존세척기에서 발생한 오존은 경미한 수준의 호흡 장애뿐만이 아니라, 천식, 폐렴, 심하게는 폐암의 재발과 임산부의 유산 등의 원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은 깨끄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모두 다 건강하지는 않다는 거다. 즉, 전체 대한민국 국민 중 일부는 다양한 종류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고, 또 임산부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유산을 한다. 이미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미안한 이야기이고, 이런 이야길 해야한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진실은, 깨끄미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기 시작했다거나, 유산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깨끄미와 다야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가슴 확대 수술이 결합조직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혹이 일고나면, 결합조직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가슴 확대 수술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깨끄미의 오존이 인체에 유해할지 모른다는 의혹이 일고나면, 각종 질환을 앓는 사람들 중 깨끄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반대로 가슴 확대 수술을 받지 않고도 결합조직병을 앓는 사람들이나, 깨끄미를 쓰지 않았는데 다양한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 자신에게 별 상관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그 의혹이 참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다수가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통계학이란 인과관계보다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유용한 학문이기 때문에, 통계학에 기반해 병의 원인을 추적하는 역학 조사는 아주 까다롭고 그 결론 역시 많은 경우에 애매하다. 그렇지만 굳이 그 원인을 찾아야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조사는, 대조군 간의 비교이다. 깨끄미를 사용한 이후부터 건강이 나빠졌다는 사람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것만 갖고는 깨끄미가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 핵심은 깨끄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집단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이 나빠졌느냐를 봐야 한다. 이를 비교했을 때 그 비율에 차이가 없다면, 아주 공교롭게도 운이 없어서 어떤 병에 걸렸는데, 그 타이밍이 깨끄미를 사용한 시점과 맞아떨어진 것뿐이란 이야기가 된다.

기술표준원에서 수행한 깨끄미의 성능 검사 결과만 놓고 봤을 땐, 깨끄미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결론이 날 수도, 인체에 큰 피해가 없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는 애매한 부분에 걸쳐 있다. 그래서 꼼꼼한 역학 조사 결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만큼 깨끄미가 몸에 해롭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깨끄미가 살인기계라고 불릴 증거는 아직까지는 없으니 조금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우리와 소비자의 입장에 서 있는 줄 알았던 파워블로거들이 실제로는 판매자의 입장과 더 밀접하더라는 사실에서 느끼는 배신감, 모욕감, 분노 심한 경우에는 역겨움 등의 감정은 모두 자연스럽고 있을 수 있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불충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는 것이 당연히 정의롭다고 느끼는 이런 격렬한 감정들이, 우리를 애초에 위험으로 몰아넣은, 상대방—파워블로거, 깨끄미 제조사—의 말을 의심없이 무조건적으로 믿었던 그 감정과 크게 종류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조금은 인식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이런 정당해 보이는 대응이 미래의 우리를 다른 종류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항산화제가 몸에 좋다고 말하거나, 오존 살균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그 외형이 어떻든 간에 과학적 진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듯, 오존 살균기 작동 중에 그 근처에서 일시적으로 오존 농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만을 통해 오존 살균기들이 인체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그 자체로 엄밀한 과학이 아니다. 기술표준원이 깨끄미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리는 대신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인 자발적 리콜 권고를 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두가지, 리콜 명령과 자발적 리콜 권고가 그게 그거다라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FDA가 "인공 유방이 해롭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하는 대신 "인공 유방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는 다소 소극적 이유로 실리콘 인공 유방의 사용 정지 결정을 내렸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거봐라, 인공 유방은 몹쓸 물건이다"라고 반응한 것이, 이를 이용해서 법정 소송을 통한 합의금을 받아낸 소수의 몇몇 이외에, 누구에게 무슨 도움이 됐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를 성급하게 단죄하는 것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한번 돌이켜 보게 된다.

주식회사 로러스가 혼이 나야 한다고 밝혀지면 그때 혼이 나면 된다. 파워블로거들이 자신들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돈을 버는데 급급해서 허위 광고에 놀아났다면 그 무책임함에 대해서는 그때 질타를 하면 된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무엇이고, 모르고 있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냉정히 판단해볼 때다. 그리고 그런 냉정한 판단을 어떻게 하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적용시킴으로써, 모두에게 비극적인 이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지 숙고하는 것이, 과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현명한 자세다.

실리콘 사태와 관련 참고자료 : The Science of Fear by Daniel Gard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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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12:18 2011/07/0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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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질문도 하나 들어온 김에 자유기를 이용한 살균기와 피부 노화, 항산화제 등에 대해 한꺼번에 묶어서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화학에 기반한 내용이라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Q. 자유기가 뭔가요?
A.
보통 원자나 원자단 안의 전자는 2개씩 짝을 지어야 화학적으로 안정합니다. 그런데 가끔 짝이 안 맞는 전자를 데리고 다니는 애들이 있는데, 이런 원자나 원자단을 자유기(free radical)라고 합니다. 여기서 전자가 짝을 짓는다는 게 단순히, 전자가 짝수개면 2개씩 짝을 이룰 수 있다는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는 어떤 분자를 구성하는 각각의 원자가 자신의 전자껍질을 꽉꽉 채웠느냐와도 밀접한 상관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 자유기라는 건 종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전기적으로 중성일 수도 있고, 양전하를 띌 수도, 음전하를 띌 수도 있습니다.


Q. 자유기랑 깨끄미는 무슨 상관인가요?
A.
깨끄미의 살균 원리로 오존 살균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오존이 자유기의 하나입니다.


Q. 오존은 어떻게 살균 작용을 하나요?
A.
앞서 말했듯 원자나 원자단 안의 전자는 2개씩 짝을 지어야 화학적으로 안정합니다. 바꿔 말해 이렇게 짝이 맞지 않은 전자를 갖고 있는 자유기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하죠.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는 화학 반응성이 높다는 말과 같습니다. 현재 상태가 화학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른 녀석들과 화학 반응을 함으로써 보다 안정한 상태를 찾아가려 하는 거죠. 자유기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짝이 안 맞는 전자를 남한테 줘 버리거나, 남에게서 전자를 뺏어옴으로써, 전자들의 짝을 맞추려고 합니다. 이런 화학 반응의 종류 역시 자유기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데, 자유기가 세균과 화학 반응을 하게 되면 세균의 구조가 깨지기 때문에 세균이 죽게 됩니다. 이런 원리를 응용한 것이 바로 오존 살균입니다.


Q. 오존 이외의 자유기는 모두 살균 작용을 하나요?
A.
"모두"라고 말하면 살짝 자신이 없는데, 자유기의 살균 작용이란 단순한 화학 반응이다보니 대부분의 자유기는 어느 정도의 살균 작용은 있으리라 봅니다. 다만 세균과 같은 탄소 구조물과 화학 반응성이 더 높은 자유기가 있고 덜한 자유기가 있어서 그 살균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여기서 잠깐! 사람의 체내에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자유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자유기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체내에 들어온 병원균들과 싸우는 일이지요. 백혈구와 같은 면역 세포들은 외부 침입자를 보면 이를 둘러싸서는 이 병원균 둘레로 장벽을 칩니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자유기를 쏘아넣으면, 이 자유기들이 이 병원균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결국 균이 죽게 되죠. (관련 파드캐스트 : 클릭)


Q. 오존은 왜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나요?
A.
이번 오존 살균기 소동(?)을 통해서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오존을 비롯한 모든 자유기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유기가 몸에 반드시 나쁘기만 하냐면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블로그파드캐스트를 통해 몇차례 강조한 내용인데 모든 독소는 그 양이 문제입니다. 다만 살균 작용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자유기라면 꼭 오존이 아니더라도 인체에 유해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 이건 자유기만의 문제는 아니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세균한테 나쁜 건, 내 몸에도 나쁘다"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세균과 내가 닮았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나를 비롯한 고등 동물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의 갯수가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단세포 박테리아와 달리 세포 한두개가 손상당한다고 해서 바로 죽지는 않지만, 세포 단위에서는 닮은 점도 매우 많기 때문에 세균을 손상시키는 메커니즘은 내 몸의 세포도 손상시킨다고 보면 됩니다.

살균 작용의 대표적인 케이스인 자외선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외선은 살균 작용도 하지만, 사람도 자외선을 많이 쬘 경우 화상을 입거나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있잖습니까. 그 외에도 가장 대표적인 살균 방식으로 식기류나 의류를 삶는 방법이 있는데, 펄펄 끓는 물은 박테리아를 죽이지만, 사람이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으...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여기서 또 잠깐! "아까 사람의 체내에도 자유기가 많다 그랬는데, 살균 작용을 일으킬 정도로 자유기가 많으면 몸에 안 좋다는 이야기랑 모순되지 않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체는 이 자유기의 양을 아주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자유기가 병원균뿐만 아니라 가끔 엉뚱하게 사람의 몸뚱이를 이루는 체세포를 공격하는 삽질을 하기 때문에 노화가 일어난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체내의 자유기를 무력화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항산화제를 섭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여기서 항산화제란 자유기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자폭할 몸빵용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항산화제가 실제로 건강에 좋다는 결과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연구는 아직까지도 된 것이 없고 전부 추측에 불과합니다. 면역 기능에서 자유기의 역할을 생각해 봤을 때, 신체는 기본적으로 자유기의 최적화된 레벨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이를 항산화제를 이용해서 억지로 청소하는 게 굳이 몸에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관련 파드캐스트 : 클릭)

아무튼 대부분의 오존, 음이온, 플라즈마 살균기들은 살균을 위해 자연에서 발견되는 적정량 이상의 자유기들을 뱉어내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항산화제를 이용해 자유기를 없애는 게 몸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그 반대로 면역력을 높이겠다고 체내에 자유기를 더 주입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니까요.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 자유기 농도를 마구 높여서 좋을 건 없습니다.


Q. 오존 안전 기준을 보면 0.05ppm 내지는 0.1ppm이라고 표현하던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A.
공기는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 산소가 21%, 그 외에 아르곤이 0.9%, 이산화탄소가 0.03%, 그 외에 네온, 메탄, 헬륟 등의 미량의 가스들이 있죠. 이는 공기를 이루는 분자들 100개 중 질소 분자가 78개, 산소는 21개 정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양이 많은 가스들은 퍼센트(%), 즉 100분률로 그 양을 표시할 수 있지만 아주 극미량의 가스들을 퍼센트로 표시하면 0.00001% 같은 숫자로 나타내게 되는데, 이 경우 0이 몇개인지도 헷갈리고,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쉽게 감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백분률이 아니라 100만분의 1인 ppm (part per million)이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즉, 오존이 대기 중에 0.05ppm 있다는 이야기는 공기 분자 100만개를 갖다 놓으면 그 중에 0.05개의 오존 분자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분자가 0.05개일 수는 없고, 공기 분자를 1억개를 모아 놓으면 그중 약 5개 정도가 오존 분자라는 이야기겠지요.


Q. 오존 안전 기준을 넘으면 얼마나 왜 나쁜 건가요?
A.
우선 오존은 오존 살균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항상 있습니다. 그 양이 매우 적어서 보통 0.05ppm 미만으로 유지되지요.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오존은 그 자체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는 다른 형태의 분자로 바뀝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대기 중에서 계속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오존이 생성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자외선이 대기중의 다양한 기체(주로 탄화수소와 산화질소)와 반응을 하면 그 부산물로 오존을 뱉어내곤 합니다.

아무튼 새로 생겨나는 오존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사라지는 오존의 양이 딱 맞으면 오존 수치는 더 오르지도, 줄어들지도 않고 일정하게 유지가 되겠죠. 보통은 0.05ppm 이하에서 그 균형이 맞습니다. 그런데 0.05ppm 이하라고 해서 인체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존이 일으키는 다양한 화학 반응 중 일부는 사람의 세포와도 연관이 돼 있고, 오존의 양이 적을 때에도 이런 반응은 꾸준히 일어납니다. 다만 이런 반응의 일부로 손상된 사람의 세포를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속도가 더 빠르다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오존의 농도가 높아지다보면, 오존으로 인해 세포들이 손상되는 속도가 세포의 자연 치유 속도보다 빨라지는 시점이 있을 텐데, 그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통 안전 기준이란 건 굉장히 조심스럽게 잡기 때문에, 실제로 0.05ppm을 넘는다고 바로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이상이 되면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거지요. 참고로 오존이 천식이나 폐렴 등 주로 호흡기쪽의 장애를 유발하는 이유는 오존(O3)이 산소(O2)와 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산소를 필요로 하는 호흡기와 유독 반응을 잘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Q. 오존도 몸에 축적이 되나요?
A.
일본의 원전 사고와 관련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가 한 동안 문제가 됐었는데, 이것 때문에 약간의 혼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짧게 대답하자면 "아니오"입니다. 오존과 같은 자유기는 방사성 물질이나 중금속처럼 체내에 장기간 축적이 되는 종류의 독소가 아닙니다.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자유기들은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나면 보다 안정하고 인체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물질로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몸에 오랫동안 축적돼 있는 그런 물질이 아닙니다.

다만 다량의 자유기에 우리 몸이 노출됐을 때, 이 자유기들이 화학 반응의 파트너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분자, 아미노산이나 DNA 따위를 선택하고, 그 경우 화학 반응의 결과로 이런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들도 변형이 되는 것이 문제인 거죠. 따라서 오존을 비롯한 자유기들의 농도가 높은 곳이 있다면 그런 곳은 피하면 되고, 만약에 실내에 오존 농도가 높다면 환기만 잘 시켜주면 그만입니다. 자유기들이 물 안에 녹아 있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에도 물을 더 많이 부어서 희석만 시켜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오존으로 세척/살균한 제품이나 식품들 주변에는 오존이 드글거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존이 녹아 있는 물이 이런 식품이나 제품에 묻어 있을 수는 있는데, 잘 털어주거나 말려주면 됩니다. 오존은 물에 녹아 있는 상태가 아닌 경우에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식품이나 제품에 잘 묻지 않습니다.


Q. 그러면 깨끄미를 비롯한 오존 세척기가 왜 유해하다고 하는 거죠?
A.
방사성 물질과 굳이 비유를 하자면 오존과 같은 자유기들은 방사성 물질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비슷합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도 방사선의 일종인데, 요새 자외선에 대한 염려들을 많이 하죠. 그런데 햇살이 유난히 따가운 날 바깥에 나가서 자외선에 조금 노출된다고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선크림도 전혀 안 바르고 일광욕을 하루 종일 즐기고 나면 피부가 탑니다. 그리고 이런 일광욕을 매일 몇년간 한다면 피부암 발병 확률이 높아지겠죠.

마찬가지로 오존 농도가 조금 높은 곳에 잠깐 있는다고 하더라도 바로 건강이 나빠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의 오존 농도가 높아져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존 세척기라는 건 기본적으로 오존을 인위적으로 많이 만들어서 이를 이용해 살균을 일으키는 제품인만큼 이 장비가 돌아가는 동안은 장비 내부나 그 근처의 오존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비가 동작 중에는 장비를 피해서 다른 일을 하다가 장비 사용이 끝나면 환기만 잘 시켜주면 보통의 경우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는 밀폐된 공간에서 그런 장비를 장시간에 걸쳐 돌릴 때 발생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오존 농도가 상승해 있는 상태가 장시간 유지될 수 있는데, 이 오존들이 공기 중의 박테리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체, 그리고 우리 몸의 세포들과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만 서서히 사라지게되겟죠. 그 과정에서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오존 세척기 뿐만 아니라 자유기나 플라즈마를 이용하는 살균기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Q. H모사의 K모 제품은 안전한가요?
A.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이런 구체적인 질문에는 제가 답변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다음과 같은 의문 몇가지는 품을 수 있고, 이런 내용을 제조사와 확인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1. 제가 잠시 살펴본 바로는 이 제품은 오존이 아니라 수산화기(OH)를 이용한 살균기입니다. 따라서 오존이 발생하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이 제품의 안전성 여부는 오존이 얼마나 발생하느냐에 달린 게 아니라, 수산화기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 제가 보면서 약간 헷갈리는 부분은 홈페이지 상의 제품 설명을 보면 물을 전기분해시켜서 수산화기를 발생시키고, 이를 이용해서 세균을 파괴한다고 돼 있는데, 그러면서 분자식은 정작 OH-로 표시해 놨습니다. OH-는 수산화 이온으로 자유기인 수산화기(OH)와는 다릅니다.
  3. 실제로 물을 전기 분해했을 때 발생하는 건 수산화 이온이지 수산화기는 아닌데, 수산화기와 수산화 이온은 분자식을 얼핏 보면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그 화학적 특성은 매우 다릅니다. 물에 수산화 이온이 녹아 있다면 이건 염기성 용액입니다. 물론 염기성 용액도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양잿물이라고 하는 게 대표적인 염기성 용액인데, 그 농도가 낮다면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염기성이 높다면 우리 몸에 해로운 건 맞습니다. 염기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물로 헹궈줘야 하는데, 그러면 살균한 의미가 별로 없을 것 같군요. -_-a 게다가 과일이나 야채를 염기성 용액에 오래 담궈두면 과일이나 야채의 세포벽도 뚫어버릴 거기 때문에, 염기성 용액에 식품을 세척하는 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4.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중화가 되니 음용수로 이용해도 된다? 글쎄요, 수산화기냐 수산화 이온이냐에 따라 다른데, 수산화 이온이라면 염기성 용액이란 얘긴데,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중화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마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이 딱 맞군요, 웃을 일이 아닌데 웃기군요, ㄲㄲㄲ.
  5. 또 한가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물을 전기 분해할 경우 수산화기와 함께 수소 가스가 발생합니다. 수소는 유독 가스는 아닙니다만 인화성이 굉장히 좋은 폭발성 물질입니다. 따라서 자유기로서의 수산화기 뿐만이 아니라 수소 농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제 짐작으로는 살균에 필요한 자유기 농도를 고려해봤을 때, 폭발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수소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서 또 잠깐! 이 제품이 인체에 유해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조사가 명백하게 밝히지 않은 몇몇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존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마지막으로 한 마디 : 결국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해 아주 간편한 방법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다소 허황된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인간이 달에 다녀온지 40년이 넘었고, 무인 탐사선을 화성에 착륙시키고, 손바닥보다 작은 컴퓨터로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교류가 가능한 세상에서, 약 한 알, 스위치 하나로 우리 몸을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해서 그렇게 이상할 건 없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살균을 비롯해서, 요새 엄청 유행하고 있는 각종 식이요법, 화장품, 쎄라피(therapy) 등의 과학적 기반은 사실 굉장히 약하다. 이걸 판매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주장하든 간에, 누군가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방법을 밝혀냈다고 자신감 있게 주장한다면 그 주장은 한번쯤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건강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 왕도는 없다. 여전히 이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는 거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배웠으면 하는 건, 날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늘어가는 생물학적 지식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거다.

무엇이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를 밝히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도 과학이 모르는 영역이 너무 많다. 앞으로도 마법 같은 건강의 신비를 영원히 못 밝혀낼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건강과 관련해서는 최첨단 과학 기술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아주 손쉬운 마법 같은 방법들을 만들어냈다고 혹은 만들어낼 거라고 믿기보다는, 수만년간 사람들이 경험으로 터득한 가장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생활 습관에 의지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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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10:50 2011/07/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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