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캐스트 업데이트했습니다.
파드캐스트 대본 보기
나는 날짜를 잊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그 열기 아래에서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의 그림자가 수시로 드리웠고, 나를 포함한 일행 6명은 결국은 파멸을 피할 수 없는 저주받은 운명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동틀무렵이면 오늘은 또 누구 차례일까란 생각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는 몸을 질질 끌며 걷는 사람의 형상을 한 말라비틀어진 존재들이었다. 한걸음 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는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았고, 우리의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죽음의 전조가 될 붓기가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발목을 수시로 검사했다.
이글거리는 모래 언덕 하나를 넘을 때마다 나는 반대편에 작은 냇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상하며 버텼다. 물이라고는 엎는 풍경이 펼쳐질 때마다 다음 언덕이 우리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했다.
지난주에 서울에 쏟아진 엄청난 폭우를 비롯해서 올 여름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듯이 비가 와대다보니, 날씨는 더운데도 왠지 불볕 더위의 느낌이 잘 안 나네요. 그렇지만, 라비츠의 그 고통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Bob Berman의 새책 〈The Sun’s Heartbeat〉에 소개된 내용인데요, 그냥 매일 아침 뜨고, 매일 저녁 지는, 그래서 별로 대수로울 거 없다고 생각하는 태양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죠. 실제로 폭염으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가끔 접합니다.
그렇지만 일사병이나 열사병처럼 바로 쓰러져 죽는 병이 아니더라도, 광선 피부염을 비롯해서 피부암 등 태양은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을 위협하죠. 특히 최근 자외선과 피부암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이런 상관관계가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최근에 사람들이 선크림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지난번 파드캐스트에서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엔 선크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선 선크림을 보면 항상 SPF30, SPF50 뭐, 이런 것들이 써 있습니다. 보통 SPF 값이 높으면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이 잘 된다 하는데, 이 SPF가 대체 뭘까? 혹시 궁금해하신 분들… 별로 없으신가? ㅋ 아무튼 최근에 나오는 제품들은 SPF와 더불어 PA라는 걸 같이 표시하는데요 이 둘에 대해 우선 조금 알아봅시다.
SPF는 Sun Protection Factor의 약자로 그 숫자는 다음과 같이 정해집니다. 선크림없이 자외선에 노출이 되면 살이 탈 텐데, 선크림을 바를 경우 비슷한 정도로 살이 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이 되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SPF30이라고 하면 30배가 더 많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이 될 경우 비슷한 정도로 피부가 탄다는 뜻입니다. 즉 자외선 중 29/30인 97% 정도가 반사되고 1/30 정도가 피부로 전달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시중에 풀리는 선크림들의 SPF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SPF 130짜리 선크림도 나오고 있는데, 높으면 높을수록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하는데, 해가 아주 따가운 날에 30분만에 피부가 타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비슷한 정도로 살이 타는데 SPF 15면 450분 즉, 7시간 반, SPF 30이면 15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SPF가 130이면 무려 65시간, 2.5일이 되는데, 하루중 절반이 밤이라고 하면 닷새간 꼬박 해를 맞아도 된다는 이야기겠죠. 그런데 샤워나 목욕을 하면서 이걸 다 씻어낼 거기 때문에 선크림이 닷새가 지속된다는 건 사실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하루 중 햇살의 세기가 일정하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해가 가장 높은 12시를 기준으로 전후 1시간씩 정도를 벗어나면 햇살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더 오랜 시간 해에 노출되더라도 잘 타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보통 아주 살이 하얗고 쉽게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SPF 값은 15면 충분하고 조금 더 주의한다고 하더라도 30정도면 됩니다. 특히 SPF가 높을수록 선크림의 유효성분이 많을 텐데, 이는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을 동반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피부가 타는 원인은 자외선 중에서도 UVB라는 녀석 때문에 일어납니다. 우리는 흔히 그냥 자외선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니까 자외선은 다 똑같은 자외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자외선도 몇종류로 나뉩니다. 간혹 UVA, UVB, UVC 같은 단어들을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UV라는 건 Ultraviolet의 줄임말로 자외선을 뜻합니다. 즉, 자외선을 A, B, C의 세 종류로 구분한 명칭들인 셈이죠.
UVA는 그 중에서 가장 파장이 긴 종류로 320nm에서 400nm, UVB는 280nm에서 320nm, UVC는 280nm 이하의 자외선을 이야기합니다. nm라는 건 10억분의 1m를 말하는데요, 빛의 파장과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것만으로도 한이 없어질 거라, 머지 않은 미래에 블로그를 통해 자세히 소개하도록 할 테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블로그에서 살펴 보시고요, 선크림 이야기에 집중합시다, 오늘은. ^^,, 우선 한가지는 지구상의 인간들은 UVC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이는 성층권에서 다 차단이 되거든요.
아무튼 앞서 말했듯이 살이 타는 건 UVA와 UVB 중에서도 UVB로 인한 영향으로, SPF값은 결국 UVB를 얼마나 잘 차단하느냐를 나타냅니다. 그러면 UVA는 어떨까요? 이에 대한 차단력을 표시하는 게 Protection Grade of UVA를 나타내는 PA 등급입니다.
PA는 PA+, PA++, PA+++처럼 그 뒤에 따라오는 +의 갯수로 그 성능을 표시하는데 +가 많을수록 UVA 차단력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SPF와는 달리 PA는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정의된 게 아니라 단지 +가 많으면 UVA 차단을 잘 한다는 정도입니다. 보통은 PA++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는데, 저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보니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선크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산화아연이나 이산화 타이타늄 같은 입자들을 주성분으로 하는 선크림은 physical sunblock, 물리적 선블락이라고 해서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피부 바깥의 장벽을 치는 효과를 냅니다.
반면에 avobenzone이나 octyl salicylate 같은 유기합성물의 경우 자외선을 흡수하여 화학적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자외선이 피부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런 종류의 선크림을 chemical sunblock 화학적 선블락으로 분류합니다.
멜라닌이란 말을 여러분들도 지나가다가라도 한두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에 나타나는 색소 성분의 화학물질인데, 멜라닌이 많을수록 피부색이 짙어진다고 하죠. 그런데 이 멜라닌이 단순히 피부색을 내는 색소가 아니에요.
멜라닌이란 바로 자연 선크림입니다.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라고 하죠. 인간의 주무대가 아프리카의 사바나이던 시절, 인간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햇살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이런 햇살에 포함된 자외선과 싸울 수 있는 메카니즘이 바로 멜라닌이었던 거죠. 멜라닌이 자외선을 흡수함으로써 다른 피부 조직이 자외선에 의해 손상되는 걸 막아주는 겁니다. 뭐 꼭 흑인들이 아니더라도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은 피부암에 잘 안 걸립니다.
바꿔 말하면 avobenzone 따위의 화학적 선크림은 사람이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멜라닌 유사품입니다.
그러면 둘중 어떤 게 더 효과가 좋으냐? 자외선을 차단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다만 화학적 선크림보다는 물리적 선크림이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 반응 같은 부작용이 덜 하다고 합니다. 물리적 선크림의 경우 화학 반응을 하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피부와 반응하는 일도 더 적은 거죠. 그래서 선크림을 사용할 때는 그 성분을 확인해보고 산화아연 zinc oxide나 이산화 타이타늄 titanum dioxide 등이 포함된 제품을 찾으시면 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자외선과 관련해서, 피부암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선크림을 파는 사람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약간 골때리는 내용이 숨어 있습니다. 앞서서 사람이 아프리카에 살던 시절에 멜라닌을 이용해서 자외선을 차단한다고 했죠. 그런데 그러고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에서 출발한다고 했고, 수만년전 사람들은 전부 멜라닌이 많았다면, 오늘날 사람들 피부색은 왜 이렇게 다양해진 걸까요?
이를 위해 자외선과 비타민D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외선은 오늘날 노화를 촉진하고 피부암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악명이 높아졌는데, 사실 자외선이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을 한가지 수행하는데, 그게 바로 몸에서 비타민D를 생성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주로 식량 부족의 이유로 인류는 5-7만년쯤전부터 아프리카로부터의 대탈출을 시작하면서 한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적도 근처에서 벗어나 북으로 북으로 이동함에 따라 사람이 받는 햇살의 양이 줄어든 거죠. 햇살이 센 아프리카에서는 멜라닌이 많아도 괜찮았습니다. 멜라닌이 선블락의 역할을 한다고 해서 자외선을 100% 차단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피부로 침투하는 약간의 자외선을 이용해서 인체는 비타민 D를 만들 수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햇살이 상대적으로 약한 북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비타민D 결핍이 나타납니다. 이 정도면 해가 쨍쨍한데 무슨 소리야? 도대체 햇살이 차이가 나면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 보통 위도가 8도 정도 높아지면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반 정도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위도가 30도 정도인 지역은 적도에 비해 자외선이 1/10 정도밖에 없는 거죠. 이 1/10 중 상당수를 멜라닌이 차단해버리고 나면 몸에서 비타민D를 생성할만큼 자외선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겁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사람은 멜라닌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아프리카의 흑인부터 북유럽의 창백한 백인에 이르는 다양한 피부색입니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멜라닌이 없앰으로써, 적도 근처에 비하면 우리 몸에 도달하는 아주 적은 양의 자외선을 이용해서도 몸에 필요한 비타민 D를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어쨋든 뙤약볕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던 농경 사회에서 공장과 사무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산업사회로 이양됨에 따라서 그 정도의 자외선마저도 우리몸에 도달하지 않게 됐습니다. 게다가 에어컨의 발달로 여름이 되면 창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실내에 에어컨을 돌립니다. 그런데 이 유리가 자외선 차단을 엄청나게 잘 합니다. 더 이상 창문을 통해서도 자외선에 노출될 일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러다가 최근에는 선크림까지 나왔습니다. 그나마 해를 볼 수 있는 시간마저도 자외선은 다 차단시킵니다.
오늘날 사람들 혈액의 비타민D 레벨을 측정해보면 먼옛날 고대 인류의 몇십분의 1 정도밖에 안 될 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다들 멀쩡히 잘 살아 있구만 왜 그러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흥미로운 건 비타민D가 항암 효과가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들 중 항암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비타민 D인 거죠. 그래서 오늘날 암 발병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이런 비타민D의 감소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예측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낮에 가장 햇살이 뜨거운 시간에 10분 정도 일광욕을 함으로써 몸이 만들어내는 비타민 D의 양을 음식 섭취를 통해 얻으려면 우유 200잔을 마셔야 한다고 합니다. (우유 따라 마시는 음향효과) 제가 파드캐스트와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께 전해드리고자 하는 메세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세상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는 건데, 미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피부 노화나 피부암을 유발하는 자외선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는 일이 많은데, 그게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라비츠를 거의 죽음까지 몰아넣었던 이 이글거리는 햇살은 우리를 죽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살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합니다.
오늘 선크림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다음달에는 화학/생화학에서 주제를 조금 바꿔서 천문학 이야기와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선크림을 쓰게 만드는 이 햇살의 원천인 태양과 태양계에 대해 이야기할 건데요, 사실 다음달이면 태양 둘레의 행성 중에서 명왕성이 축출된 5주년이 되거든요. 그래서 태양과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시기 적절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면 다음달에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갖고 여러분을 찾아뵐 때까지,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면서, 안녕히 계십시오.
파드캐스트 듣기 :
파드캐스트 다운로드 (우클릭 후 저장하기) : 썬크림과 자외선, 어느게 약이고 어느게 독일까?
iTunes에서 구독하기 : 구독
참고자료 목록
- 〈The Sun’s Heartbeat〉 by Bob Berman
- 〈The New Science of Perfect Skin〉 by Daniel Yaroshi
도움이 되셨다면 클릭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