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제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최근 얼마동안 베비로즈라는 파워블로거와 깨끄미라는 오존세척기로 블로그스피어가 꽤나 시끄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와서 관련 내용을 검색해 봤는데, 뭐가 무지하게 요란스럽네. 일단 관련 기사 몇개.

내 가족 건강 지킴이 — 웰빙 깨끄미
잔류 농약, 태아의 지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방사능 예방 요오드식품, 다시마∙미역 세척 중요

네티즌 울린 기업-파워블로거 ‘검은 공생’…월 수천만원 수입 소문
“우리 아기에게 매일 무서운 독을..” 깨끄미 논란 확산

이걸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깨끄미라는 상품에 대한 언론의 태도가 며칠만에 싹 돌아섰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대부분의 논의는 파워블로거의 상업성과 도덕성 사이의 갈등에 집중돼 있을 뿐, 이번 사건의 가장 밑바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꽤나 부족해 보인다.

문제의 본질은 깨끄미라는 제품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소비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무어라고 이해했느냐다. 그리고 그 소비자들이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는 무엇을 했느냐다. 그리고 이 문제의 답은 의외로 베비로즈라는 개인의 도덕성도 아니고, (주)로러스의 무책임한 제품 출시도 아니며, 소비자를 보호할 국가기관의 무능하도 아니라, 사람들이 과학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글들을 조금 살펴봐도 아래의 블로거 정도가 이번 사태의 과학적 진실(?)을 전달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바로 이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파워블로거 베비로즈 깨끄미 사건을 보며... 오존이란 무엇인가?

그래서 나라도 이 깨끄미와 오존 세척에 대해 그 밑바닥까지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오존이 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 생명 유지에 필수인 통상 산소라고 말하는 물질은 산소 원자 O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산소 원자 2개로 구성된 O2 분자를 말한다. (이글에서 앞으로 특별한 언급없이 산소라고 할 때는 산소 원자가 아니라 산소 분자를 말한다.) 산소는 꽤나 화학 반응성이 좋은 물질로 우리 주변의 다양한 물질들을 산화시킨다. 철이 녹이 스는 것이 대표적인 산화의 예다.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이런 산소 O2의 반응성을 적절히 활용하게끔 최적화 돼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은 포도당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고 그 산화의 결과물인 이산화탄소를 뱉어내게 되는데, 이게 호흡을 통해 산소를 들이쉬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이유다.

그런데 산소 원자(O)는 산소 분자(O2)로만 존재해야 한다는 법칙 따위는 없다. 실제로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한 O3 분자 역시 우리 주변에서 아주 적은 양이지만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오존이다. (참고로 성층권까지 올라가면 오존 농도는 꽤 높은데, 성층권에 있는 이런 다량의 오존 역시 지구상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하도록 하자.) 오존이 산소에 비해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산소에 비해 그 화학 반응성이 엄청나게 좋기 때문에, 오존이 조금 생기더라도 금세 다른 물질들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는 화학적으로 조금 더 안정한 상태의 물질로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끄미의 원리라고 소개된 오존 살균은 이런 오존의 높은 화학 반응성을 이용한 살균 방법이다. 얼마전에 S모사의 음이온 제균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는데 제균이나 살균에 이용되는 원자단의 종류(S모사 : 과수산기(HO2-), 깨끄미 : 오존(O3))에서 차이가 있을 뿐, 그 기본적인 작동 방식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과수산기든 오존이든 그 자체로는 화학적으로 안정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주변의 물질과 화학 반응을 한다. 그런데 그 주변 물질이란 게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일 경우에는 그 화학 반응의 결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파괴되면서, 살균 효과를 얻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찬가지 이유, 즉 오존은 화학적 반응성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농약도 오존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제거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오존의 경우 탄소-탄소 연결고리를 잘 깨는데, 대부분의 농약들이 탄소 여러개가 연결된 벤젠고리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벤젠고리를 파괴함으로써 농약이 없어지기는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오존은 농약을 씻어내는 게 아니라, 오존과 반응함으로써 다른 화합물로 바꾼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농약 성분인 carbendazim이 있냐 없냐만 놓고 본다면 오존 세척기를 통해 carbendazim을 없앨 수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결과 생성된 화합물이 인체에 유해하냐 유해하지 않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가 된다.

화학이나 화공학은 내 전공과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carbendazim을 비롯한 다양한 농약들이 오존과 반응할 경우 어떤 물질이 생성되는지, 그리고 그렇게 생성된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농약이 "없어진다"는 게 이야기의 전부일 수는 없고, 그 농약이 없어진 "결과"가 무엇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사실 이는 중금속을 제거한다는 부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어 순수한 금속 카드뮴(Cd)에 오존(O3)을 뿌려대면 산화카드뮴(CdO)과 산소(O2)가 생겨난다. 엄밀한 의미에서 카드뮴이 제거된 것은 맞다. 그렇지만 산화카드뮴도 카드뮴만큼이나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단순히 카드뮴을 제거했다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카드뮴 제거가 의미가 있으려면 카드뮴을 그 화학적 특성이 아니라 물리적 특성이 다른 전혀 다른 물질, 예를 들면 은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쯤되면 연금술을 하자는 거지. -_-,,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것도 S모사의 음이온 제균 이야기를 하면서 했던 이야긴데, 과수산기와 마찬가지로 오존 역시 자신의 화학 반응성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자신이 반응하는 놈이 중금속인지, 농약인지, 박테리아인지를 미리 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놈만 골라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살균 작용을 충분히 일으킬 정도의 오존 농도 하에서는, 그 오존이 우리가 소독을 하고자 하는 채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 확실히 그렇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채소나 과일을 깨끄미로 세척했더니 물러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오존이 채소나 과일의 세포를 손상시켰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오존과 화학 반응을 일으킨 채소나 과일이 기대했던 맛과 영양성분을 공급하지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채소나 과일이 인체에 유해해졌다는 건 아니다. 채소를 익힐 경우, 몸에 좋은 성분들이 파괴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익힌 채소가 꼭 몸에 나빠지는 건 아니듯이...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오존은 화학 반응성 이외에는 그 상대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오존이 대기중에 퍼질 경우 사람의 체세포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런 경우에는 건강상의 위협이 될 수 있고, 실제로 오존은 눈과 호흡기 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외에도 오존은 스모그 요인 중 하나로 공해를 일으키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는만큼 오존이 인체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간접적 혹은 2차적 건강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깨끄미의 효능이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에게 건강상의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용자들이 각종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이번 사태가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깨끄미는 다소 하자가 있는 제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또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검사 내용 발표와 관련해서 어떤 태도를 보일 거냐의 문제다. 우선 깨끄미의 경우 살균 목적이라고는 해도 공기 살균의 목적으로 공기 중에 오존을 뿌리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이 동작 중에 제품 내부에서 일반적인 안전 기준보다 높은 양의 오존이 검출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따라서 전후관계는 따지지 않고 기술표준원의 "단순히 기준치보다 높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런 물건을 개발 판매하는 사람들은 자기 잇속만 따지는 사기꾼이라고 몰아부치며, 그들의 도덕성을 무조건적으로 공격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짚어보자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존은 기체 상태로 대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이지, 채소, 과일 심지어는 식기류를 오존 세척기를 세척을 했다고 해서, 이런 음식물이나 식기들이 오존에 의해 오염돼 있는 건 아니다. 물론 기체 상태로도 음식물이나 식기류에 표면 흡착은 일어나지만, 표면에 묻어서 닦아줘야 지는 오염물이나 박테리아 와는 달라서 그 양은 미미하다. 어떤 물건을 오존 살균을 했다고 해서 오존에 오염되는 건 아니며, 오존은 높은 화학 반응성 때문에 짧게는 몇분에서 길게는 몇십 시간 이내에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는 자폭을 한다. 따라서 오존의 대기중 농도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일반적인 안전 기준에 따르면 대기 중에 오존 농도가 얼마인가를 100만분의 1단위인 ppm(part per million) 단위로 환산했을 때 0.1ppm이다. 즉, 공기 중에 떠 다니는 다양한 원자와 분자들 1000만개 중에 1개 이상이 오존 분자이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깨끄미의 경우 근접 지점의 오존 농도가 0.3ppm 이하라고 한다. 근접 지점의 정의가 다소 애매하기는 한데, 제품에서 약 반경 1-2m 이내인 지점이라고 한다면, 약 30m3 정도의 대기가 0.3ppm의 오존 농도를 띈다는 이야기이다. 30평 아파트 기준으로, 아파트 내부의 부피가 300m3 정도되므로, 외부로 환기를 전혀 안 시킨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내부로 확산만 돼도 0.03ppm 이하의 오존 농도를 띄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봐도 좋고 살인무기는 틀림없이 아니다.

다만 몇몇 민감한 사람들과 노약자들에게는 보통 이상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제품 안전의 관점에서 이런 제품의 리콜을 요구하고, 필요에 따라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수의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가 가지 않는 제품이라면,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런 이유로 나타난 순수한 실수일 수 있다는 거다. 베비로즈나 (주)로러스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다양한데, 그 중 하나가 이 블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 중 하나와 부합하기에 마지막으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번 사태는 과학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그 과학의 내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결합했을 경우 발생하는 피해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과학의 이름으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엄청나게 많은 혜택의 어두운 뒷면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과학자가 될 것도 아니라면 이런 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럴 때 써먹으라고 배우는 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과학과 삶을 철저하게 분리시키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수학, 과학 시간을 통해 배워야할 거는 사실 다양한 과학 이론과 수식, 화학식들의 디테일들이 전부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방대한 양의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사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과학적 사고, 과학적 방법론, 그리고 과학적 회의론과 같은 기본적인 사유의 방식이다.

"누군가가 이게 몸에,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를 할 때, 그리고 그런 주장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다고 말할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한명이 아니라 여럿 있을 때엔 과연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 이게 바로 과학 기술이 갈수록 복잡해짐에 따라,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지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당면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겪고 나서 누구나 이런 문제의 발단을 만든 소수(이번 경우에는 베비로즈와 (주)로러스)를 비난할 수 있다. 관점에 따라 베비로즈의 무지를 비난할 수도 있고, 그의 무책임함이나 도덕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이 문제의 뿌리는 결국 (이 제품에 대한) 자기 자신의 판단보다도 파워블로거의 한마디를 더 신뢰했다는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홍길동을 무색케 하는 깨끄미의 성능에 대한 무용담을 보면서도 "응?"이라고 한번 되묻는 대신 "와~!"라고 감탄하게 만든 자신의 그 판단력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돼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문을 품고, 이런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게 그들의 일인데, 왜 미처 이런 일을 사전 예방하지 못했냐며 식약청, 소비자보호원, 기술표준원 등의 국가기관을 비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를 감시자에게 전적으로 위탁할 경우,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라는 원론적인 문제에 부딪혀 우리는 결국 한 가지 숙제를 또 다른 숙제로 바꿀 뿐 근본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이번 사태는 소송을 하고, 환불을 받고, 어떻게 해결이 되더라도, 다음에 베비로즈가 아니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비슷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사기꾼과 과장/허위 광고는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있어 왔다. 어떤 내용이 거짓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을 몇몇 현명한 감시자들—그게 국가기관이든 언론이든, 혹은 파워블로거와 같은 특정 개인이든—에게 맡김으로써 이런 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떤 상품이든 그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소비자 본인의 몫이다. 그래서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음악, 미술, 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를 익힐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래야만 누구의 어떤 말을 믿어야 하느냐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고, 자신을 가짜 과학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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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05:34 2011/07/0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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