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설계 공모에서 희림종합건축을 필두로한 회림종합건출 컨소시엄이 당선됐다는 내용의 기사인데 기사 말미에 회림종합건설 정영균 대표가 밝힌 포부(?)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정 대표가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은 것은 '친환경 공법'이었다. 그중에서도 터미널 앞쪽으로 연결해 만든 에너지 파크(Energy park)를 앞세웠다. 정 대표는 "에너지 파크에 윈드 타워(wind tower)를 설치해 바람을 지하로 끌어들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붕엔 빗물을 모아 지하로 흘려보내 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냉난방 열손실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면 기존 터미널 대비 에너지 소비를 65%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와~, 얼핏 봐도 미래 지향적 친환경 녹색 성장의 컨셉에 딱 맞는 것이 꽤나 근사한 이야기다. 그래, 이런 기업들에게 기회를 주고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해! 그런데 이 이야기를 꼼꼼히 뜯어보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뭐가 문젤까? 정대표의 이야기에는 두가지 서로 다른 내용이 마치 동일한 한가지인 것처럼 포장이 돼 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예전에 비해 에너지가 필요한 활동 자체를 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의 사용 효율을 높여 더 적은 에너지로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 연비를 놓고 생각해 보자. 어떤 자동차가 기름 1리터당 10km의 연비를 갖고 있다고 해보자. 이 자동차 주인이 한달에 1000km 정도를 주행한다고 하면, 한달에 100리터의 기름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가계에 부담이 되기 시작해서 매달 기름값으로 나가는 돈을 어떻게든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때 이 사람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한달에 1000km씩 타던 자동차를 500km만 타는 거다. 그러면 매달 사용하는 기름도 100리터에서 50리터로 줄어들 것이고, 기름값을 절반으로 아낄 수 있다. 이때는 자동차를 평소에 사용하던 정도의 절반만 사용하는만큼 그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직장도 멀고, 애들 학원도 데려 다녀야 하고 하다보니 도저히 한달에 500km만 차를 타고 다녀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때 등장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의 문제다. 연비가 2배 좋은 차, 즉 기름 1리터당 20km를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면 어떨까? 그 경우에는 50리터의 기름만으로도 10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매달 1000km 타고 다니면서 필요한 활동을 모두 하면서, 실제로 기름값은 절반으로 아낄 수 있다.
그러면 정대표의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자. 그는 "에너지 파크에 윈드 타워(wind tower)를 설치해 바람을 지하로 끌어들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붕엔 빗물을 모아 지하로 흘려보내 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하고 있다. 이는 화석 에너지 대신에 풍력 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는 에너지 생산의 방법론적 차이로 실제로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을 줄이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앞서 말했듯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에너지가 필요한 활동 자체를 줄이거나 (다소 혹은 극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터미널 청사에 조명 밝기를 기존 터미널의 70% 정도로 유지하거나, 냉난방을 돌리지 않는 일 따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더 적은 에너지로도 같은 밝기를 낼 수 있는 LED 조명을 개발 사용하고, 건물의 단열 능력을 높여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일 따위)뿐이다. 화석 에너지에서 원자력 에너지로 혹은 풍력 에너지로 사용하는 발전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래놓고는 "이런 방식으로 냉난방 열손실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면 기존 터미널 대비 에너지 소비를 65% 줄일 수 있다"란다. 물론 냉난방 열손실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면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고, 따라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앞서 정대표가 한 이야기 "에너지 파크에 윈드 타워(wind tower)를 설치해 바람을 지하로 끌어들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붕엔 빗물을 모아 지하로 흘려보내 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부분 어디에도 "냉난방 열손실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내용은 없다.
게다가 설령 기자가 메세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누락됐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소비를 65%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기존에 사용하던 에너지의 35%만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로, 이는 에너지 효율을 거의 3배 가까이 높이겠다는 이야기이다. 정대표님, 농담도 잘 하시네요. 냉난방 열손실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해서 에너지 효율을 20%도 아니고 200%나 증가시키겠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자동차 엔진 자체를 (기존의 엔진에서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바꾸지 않고, 자동차 무게를 조금 줄여서 연비를 2배 높이겠다는 이야기처럼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친환경 녹색 성장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그들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뭐든지 믿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떤 사람이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뭐든지 할 수 있게 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나도 지구의 평화를 지키고 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퍼맨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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